ATKP 몰아보기!(2부)
권영현 기자 2021.08.31 21:01

‘저분이......엘레멘트 공주님이셨구나!’

 

“너 혼자서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나 혼자선 어렵겠지. 하지만 만약 케미스트리 행성의 모든 ATKP들이 모인다면 어떻게 될까?”

 

어디선가 수백, 수천 명쯤 달려오는 듯한 두두두두하는 소리가 들렸다. 엘레멘트 공주님의 말에 따르면,

정말 모든 ATKP들 같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오른손을 쫙 핀 채로 내밀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멈춰!”

 

어디선가 이 짤 본 적 있었던 것 같은데...... 흠?

 

“사람들 잔뜩 불러 놓는다고 될 문제가 아니잖아?”

 

내 안의 또 다른 목소리가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 존재에게 내 몸의 주권을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끝까지 질질 끌겠다면, 이 행성의 주인임을 보여줄 수 밖에. 네가 사용한 방법을 역이용한다면 네 감정 상태는 지금 어떻게 될까?”

 

“헛소리하고 있네. 뭘 역이용해?”

 

“뭐긴! 후회 안 하지? 간닷, 울트라 일렉트론!”

 

주변의 모든 기운들이 엘레멘트 공주님의 손바닥 안으로 모이고 있었다.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졌다.

 

“공주님! 저희도 돕겠습니다! 네거티브 일렉트리시티 차지!”

 

다들 모든 분들이 저마다 전기를 모아 구체에 담았다. 구체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이 엄청난 에너지가 고밀도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훗, 이런다 한들 소용 없을걸? 전자 소환술!”

 

나, 아니, 그 다른 존재도 똑같이 전자를 소환했다.

 

“발사!”

 

엘레멘트 공주님이 만든 전자가 내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전자는 쉽게 내 쪽으로 오지 않았다.

엘레멘트 공주님도 많이 당황하신 듯 했다.

 

“맙소사, 모든 기운을 끌어담아도, 불가능하다고?”

 

“아무래도 내 힘이 너보다 더 큰 것 같네. 안 그래?”

 

“으으, 이럴 순 없어! 다시 한번 나, 엘레멘트의 힘을 보여주겠노라! 양전자 소환술!”

 

“잠깐, 양전자? 아, 안 돼!”

 

엘레멘트 공주님께서 만드신 양전자는 내가, 아니, 그 존재가 만든 전자에 달라붙어 파괴하였고,

방심한 그 존재는 공주님의 울트라 일렉트론 공격에 맞았다. 울트라 일렉트론은 내 몸의 모든 원자들을 쪼개내었고,

결국 나는 나 자체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고, 내 몸이 아니었으나 내 몸을 이루고 있던 원자들은 또 다시 하나로 뭉쳐 페리오디카가 되었다.

 

“젠장, 힘을 너무 많이 소모했어. 아니, 저 공주라는 녀석은 도대체 힘의 근원이 무엇이기에 전자의 반물질,

양전자까지 소환할 수 있는 거지? 계속 살려 두었다간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기겠는걸? 탄소, 다이아몬드 소드!”

 

“안 돼! 엘레멘트 공주님은 내가 지킬 거야! 탄소, 그래핀 실드!”

 

검과 방패의 대결이었다. 둘은 정면으로 부딪혔다. 그때, 그래핀 실드가 다이아몬드 소드를 튕겨냈다.

페리오디카가 내 몸에 들어왔다 나간 동안 그녀의 힘의 일부가 내 안에 들어온 듯 했다.

 

“이익, 말도 안 돼! 내가 신지현한테 밀리다니!”

 

“페리오디카, 순순히 항복하시지?”

 

“그럴 순 없지! 신입수권(身入收拳)!”

 

페리오디카는 엘레멘트 공주님을 향해 팔을 뻗었다. 그러자, 엘레멘트 공주님의 형태가 일그러지더니 페리오디카를 향했다!

 

“꺄아악!”

 

“페리오디카, 너! 무슨 짓이야! 가만 안 두겠어!”

 

나는 페리오디카가 엘레멘트 공주님을 흡수하지 못하도록 둘 사이로 달려갔다. 그런데 내 실수로

엘레멘트 공주님은 원상태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그만 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꺄악! 신지현, 뭐하는 짓이야!”

 

“죄, 죄송해요! 얼른 나오세요!”

 

“으윽, 네가 너무 강해서 못 빠져나오고 있잖아!”

 

“네?”

 

“후훗, 내가 바로 이걸 노렸지. 신지현, 저들의 표정을 봐.”

 

아직 떠나가지 않은 ATKP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실망스럽고, 허탈하고, 어이없는 표정이었다.

 

“봤지? 저들은 널 배신자라고 생각해. 왜냐? 그토록 믿고 따르던 엘레멘트 공주를 죽였으니까.”

 

엘레멘트 공주님은 더 이상 어느 데도 없었다. 이미 다 내 몸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나는 어떻게든지

다시 엘레멘트 공주님을 살리려고 헛구역질을 연신 했다.

 

“이제 케미스트리 행성은 포기해. 널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으윽, 나 혼자서라도 널 쓰러뜨릴 거야!”

 

그때, 어디선가 쩌저적 하고 금 가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더니

케미컬 여신님의 관이 깨지는 소리였다. 이어서 계속 관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순간 펑 하고 폭발하고 말았다.

그곳에선 한 여인이 나왔는데, 키가 2미터 언저리쯤 되어보이는 페리오디카보다도 머리 두 개는 더 컸다.

 

“엘레멘트 공주는 어차피 이럴 운명이었느니라! 이 행성의 구원자, 신지현의 힘이 될 운명! 그러하였기에 태어났던 것이다!”

 

“젠장, 케미컬 여신까지 깨어나다니!”

 

“케......케미컬 여신님?”

 

“페리오디카, 이 더러운 악마여! 미련을 버리고 다시 네 곳으로 돌아가거라!”

 

“흥, 뭔 소리야? 난 내 계획의 모든 것을 성공시켰다고! 이제 너와, 신지현만 쓰러뜨리면 케미스트리 행성은......!”

 

“넌 그것이 네 계획이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네게 행동을 행한 것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원자 구슬도, 나의 봉인도 나의 의도대로 한 것이었다. 바로 신지현을 위해서. 너쯤은 쉽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 봉변을 당하기 전에, 얼른 돌아가라.”

 

“말했지! 난 안 돌아간다고! 나와, 우라늄!”

 

페리오디카는 우라늄에게 중성자를 세 개 빼앗은 뒤, 우라늄에게 출아를 명령했다. 원소 인간들은 출아법으로 번식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많은 우라늄-235들이 만들어졌다.

 

“설마!”

 

페리오디카는 중성자 하나를 우라늄 하나에다가 던졌다!

 

“아, 안 돼!”

 

우라늄은 핵분열을 일으키며 연쇄반응이 이어졌다. 케미컬 여신님께서 방사능은 다행히 막아 주셨으나, 엄청난 폭발의 피해가 있었다.

 

“페리오디카. 끝까지 발악하는 모습이 참 추하구나. 이런다고 네 뜻대로 될 것 같으냐?”

 

“흥! 내가 살아있는 이상, 봉인이 잠겨있는 너 따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지현아, 페리오디카를 쓰러뜨리려면 그 마법 밖에 없단다.”

 

“무슨 마법인데요?”

 

“들어 봤니? 수소 네 개를 헬륨 하나로 변신시키는, 가장 강력한 마법인 핵융합 마법 말이다.”

 

“핵융합 마법이요?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게다.”

 

나는 케미컬 여신님의 말을 듣고 도전해 보았다. 나는 수소 네 개를 꺼낸 다음에 다음과 같이 외쳤다.

 

“수소 네 개여, 헬륨으로 핵융합하여라!”

 

하지만 예상했던 바와 달리, 수소 네 개는 서로 부딪히기만 할 뿐, 융합되지 못했다.

 

“흥, 장난하냐? 핵융합 마법을 하기 위해선 엄청난 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핵융합 마법은 나도 해 본 적 없는 고난이도 마법이란 말야! 신지현, 잘 가라. 플루토늄! 핵분열, 방사능 피폭!”

 

페리오디카의 플루토늄은 강력한 에너지와 함께 나를 향해 날아왔다. 나는 무서워서 눈을 질끈 감았다.

근데, 이상하게 맞지 않았다. 눈을 떠 보니, 케미컬 여신님께서 대신 당하신 것이었다.

 

“케미컬 여신님!”

 

“지현아......난 괜찮으니, 어서 성공해 다오!”

 

“흥, 성공할 리가 있겠냐? 케미컬 너도 가지가지 하는군. 재수없어. 이제 완벽하게 끝내주마!”

 

“안 돼!”

 

나는 다시 한번 수소 네 개에게 마법을 시도했다.

 

“수소 네 개여, 헬륨으로 핵융합하여라!”

 

“플루토늄, 다시 한번 방사능 피폭! 돌진해!”

 

‘제발, 제발 꼭 성공해 줘! 제발!’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뜨거운 눈물이 뺨 위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때, 갑자기 주변이 더워졌다. 아니, 아주 뜨거웠다. 엄청난 에너지였다. 나는 눈을 살짝 떠 보았다.

눈 앞에는 수소 둘만 남아 있었다. 플루토늄은 엄청난 에너지에 의해 기절하고 말았다. 그 둘은 중수소였다.

나는 그 틈을 타서 다시 한 번 주문을 외웠다.

 

“중수소 둘은 즉시 하나로 합쳐져 헬륨으로 되어라!”

 

중수소는 융합하여 헬륨이 되었다. 페리오디카는 놀라 소리를 질렀다.

 

“아악! 어떻게 이게 가능하냐고!”

 

“신지현, 성공했구나!”

 

수소가 핵융합하면서 생긴 에너지를 하나로 끌어모았다. 그 에너지 덩어리를 페리오디카를 향해 조준, 발사했다.

에너지는 페리오디카를 관통하면서, 힘을 모조리 빼앗았다. 페리오디카는 더 이상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

 

“지현아, 정말 잘했다. 난 네가 해낼 줄 알았단다.”

 

케미컬 여신님은 정말 엄마보다도 더욱 따뜻했다. 나는 케미컬 여신님이 정말 좋았다. 페리오디카의 몸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으으, 안 돼!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릴 순 없어! 안 돼!”

 

“페리오디카, 이제 너도 끝이야. 다시는 케미스트리 행성에 오지 말고 네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이익, 신지현!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네게 준 모든 것들을 빼앗을 것이다! 또한, 넌 절대 다시 지구로 돌아갈 순 없을 것이......!”

 

그 말을 남기고 페리오디카는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케미스트리 행성에 악이 사라졌다. 케미컬 여신님의 봉인이 풀렸다.

또한, 내 모든 장비들은 전부 사라졌다. 그때, 케미컬 여신님께서 말씀하셨다.

 

“케미스트리 행성의 수호신으로써 명하노니, 모든 ATKP들은 들어라! 이제부터 원자 구슬은 원소 인간의 사냥이 아닌,

원소 인간과 사람의 공존을 위해 쓰일 것이다!”

 

“와아! 케미컬 여신님, 만세!”

 

모든 곳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심지어 원소 인간들도 같이 있었다. 모두가 행복해 했었지만,

나는 아까부터 계속 페리오디카의 최후의 말이자 저주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게 사실이면 큰일일 테니까.

 

“근데......케미컬 여신님.”

 

“응? 왜?”

 

“전......지구로 돌아갈 순 있는 건가요?”

 

“......,”

 

“네?”

 

“일단 정확히 확인을 해 봐야 알 것 같은데, 말이 완전이 끝나지 않아서 저주가 불완전할 수도 있어. 한번 검사를 해 보자.”

 

케미컬 여신님은 내 몸을 전체적으로 스캔한 뒤, 결과를 알려주셨다.

 

“예상한 대로, 완벽하진 않네.”

 

‘아, 다행이다.’

 

“근데......네가 지구로 돌아간 뒤에는, 다시 여기로 올 날이 한 번밖에 없을 거야.

올 때도, 지금 네 열다섯 살의 모습 그대로이겠지. 그리고 절대 다시 지구로 돌아가게 되지도, 죽지도 않게 될 거야.”

 

“아니, 그럼......”

 

“어쩔 수 없지. 만약 네가 지구에 있을 때 ‘케미컬 여신님! 그곳으로 갈게요!’ 라고 말한다면 다시 이곳으로 소환해 줄게.”

 

“네. 그럴 수밖에 없다면 따를 수밖에 없죠.”

 

나는 케미컬 여신님 덕분에 다시 지구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추억들을 가슴 한 구석에 담았다.

케미컬 여신님, 페리오디카, 원소 인간들, 케미스트리 행성, 그 모든 것을 다 떠올려 보았다. 다시 갈 수 있다고 하니,

전혀 아쉽지 않았다. 남들은 할 수 없는, 나만의 경험이자, 나만의 비밀이니까. 이런 경험도 나쁘지 않으니까.

 

 

“지현아!”

 

“케미컬 여신님! 정말 오랜만이죠?”

 

나는 지구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화학자가 되었다. 나는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발견하고 연구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게

노벨 화학상을 안겨 주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나는 많은 화학자들의 존경을 받게 되었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

당시 과학은 많이 발전해 나는 120살 넘게까지 살 수 있었다. 그럼 나는 언제 케미스트리 행성에 갔냐고? 딱 늙어 죽기 직전,

있는 기운을 다해 입을 열어 말을 했다. 그 말은 유언을 남긴 후에 간신히 자그마한 목소리로 한 말이었다. 나는 케미스트리 행성에 가자,

열다섯 살 내 모습 그대로였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반겼다. 나는 한마디로 ‘인싸’였다.

난 케미스트리 행성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다. 나는 그곳에서 수십, 수백 년을 보냈다. 하지만 전혀 늙지도,

병에 걸리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케미컬 여신님께서 나를 불렀다.

 

“무슨 일이시죠?”

 

“지현아, 이제 나도 오래 이 자리에 섰으니, 더 이상 여한이 없구나. 이제 네가 이 자리를 물려받아 ‘2대 케미컬 여신’이 되거라.”

 

“하지만! 그럼 여신님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비록 너는 내가 보이지 않겠지만, 난 네 안에서 늘 너를 지켜주고, 네게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네 힘이 되어줄 것이다.”

 

“......”

 

“걱정 말거라. 네가 언제든지 날 보고 싶을 때마다 난 내가 네게 있음을 기억하게 해 줄 것이니.”

 

“네,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좋은 선택이구나. 자, 이 신좌에 앉거라. 그 순간 너는 새 여신으로 거듭날 것이다.”

 

난 신좌에 앉았다.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내 몸이 커지고 있었다. 케미컬 여신님은 몸이 점점 투명해지고 있었다.

 

“지현아, 나를 대신해서 케미스트리 행성을 잘 이끌어 다오!”

 

“케미컬 여신님! 가지 마세요!”

 

케미컬 여신님은 사라지셨다. 하지만 더 이상 케미스트리 행성을 이끌 케미컬은 없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이제 케미컬 여신이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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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장예원 기자 2021.09.01 16:55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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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영현 기자 2021.09.01 06:17

    프사 곧 바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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