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현! 아니, 과학 점수가 이 꼴이 뭐니?”
“아, 왜? 70점이면 나름 본 거잖아!”
내 이름은 신지현. 중학교 2학년의 매우 평범한 전형적인 타입의 여학생이다. 오늘도 엄마에게 성적표를 빼앗기고 말았다.
엄마는 나의 모든 것을 알려고 한다. 물론, 모든 대한민국의 엄마들의 본능이긴 하지만.
“아니, 게다가 이건 또 왜 틀렸어? 야, H2O는 당연히 물이지! 이게 왜 산소야! 네 아빠도 서울대 화학과 교수인데, 아니 왜 안 좋은 것만 빼 닮았냐?”
“엄마 닮아서 그런 거잖아! 에잇, 짜증나!”
쾅. 그렇게 나는 집을 빠져나왔다. 물론 흔한 일이라 별로 딱히 드는 생각은 없었다. 거의 매일 있는 일인데, 당연한 거 아닌가?
“뭐, 할 거 없으니까 PC방이나 가야겠다.”
그렇게 나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우리 집은 20층이다. 1층까지 내려가려면 꽤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나는 여유롭게 내려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5층까지밖에 안 왔을 때 문이 열렸다. 아무도 엘리베이터를 타진 않았다. 나는 닫힘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엘리베이터가 더 내려가지 않고, 올라가고 있었다!
“어, 뭐야? 고장 났나? 아, 어떡해!”
나는 정신없이 비상벨을 마구 눌렀다. 하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러다, 12층에서 한번 문이 열렸다가 닫혔다. 그리고 다시 내려갔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엘리베이터는 또 다시 한번 5층에서 멈추고 올라가게 되었다. 엘리베이터는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13층까지 올라갔는데, 다시 더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또 5층이었다. 다시 올라갔다. 14층, 그리고 계속 올라가서, 원래대로 20층.
“잠깐. 이거 아파트 내부가 아닌 것 같은데?”
바깥 풍경은 거의 야외였다. 잔디밭에, 사람들도 있었고, 사람이라고 하기엔 살짝 이상하게 생긴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이상한 사람들은 모두 배에 알파벳이 새겨져 있었다. 몇몇은 H, 또 몇몇은 C나 P 또는 S. Se라고 쓰여진 사람들도 있었고,
대부분은 N이나 O였다. 나는 주변에 지나가던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았다.
“혹시, 여기가 어디인가요?”
“어디긴? 서브젝트 은하의 사이언스 항성을 공전하는 두 번째 행성, 케미스트리의 칼코겐 지역이지. 너 혹시 여기 사는 사람이 아니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여긴 우리 아파트 20층도 아니고, 애초에 지구도, 밀키웨이 은하도 아니라는 말?
그때 옆에 있던 흰 생머리의 20대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예쁜 언니가 나에게 다가왔다.
“혹시, 차원 이동으로 여기에 온 예언 속의 이방인 소녀이신가요? 따라오시죠!”
순간 당혹스러워졌다. 차원 이동? 예언 속의 이방인 소녀? 그 언니는 내게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팔을 낚아채어 나를 끌고 갔다.
그녀는 자신의 집으로 나를 데려왔다.
“제 이름은 페리오디카. 여기는 제 집이에요. 다시 한번 물어볼게요. 정말 그 소녀가 맞으신가요?”
“네? 제가 다른 곳에서 오긴 했는데......무슨 예언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무엇보다, 여기는 어디고, 전 왜 여기로 오게 된 거죠?”
페리오디카 언니는 나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먼 옛날부터, 학문적인 발견을 하게 된 지구 인류의 조상들, 흔히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나 호모 에렉투스 들은 웜홀을 타고
서브젝트 은하의 한 행성으로 오게 되었어요. 서브젝트 은하에는 랭귀지 항성, 매스 항성, 소사이티 항성, 그리고 여기,
사이언스 항성 등 다양한 항성들이 존재해요. 하지만 어느 날부터, 웜홀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학문적 발견을 해도
이곳으로 오지 않게 되거나,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오게 되었죠. 뿐만 아니라, 저희 케미스트리 행성에는 재앙이 들이닥쳤어요.”
“재앙이요? 무슨 재앙이었는데요?”
“저희 케미스트리 행성은 인간과 원소 인간들이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하지만 몇몇 발명가들은 ‘원자 구슬’을 발명해 냈죠.
그 원자 구슬은 원소 인간들을 봉인하고, 조종하고, 복종하게 만들었어요. 더 무서운 것은, 원소 인간들이 봉인된 원자 구슬 여러 개를 삼키면
원소 마법보다 몇 배나 강력한 ‘분자 마법’을 사용하게 되었어요. 이들을 사람들은 '아톰 키퍼', 약자로 AK 또는 ATKP라고 불러요.
대부분의 인간들이 원자 구슬들을 사용하며 원소 인간들을 학대하자, 원소 인간들도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인간들을 해치기 시작했어요.
이를 보고 더 이상 이 행성을 이끌어 줄 능력이 되지 못할 것 같음을 직감한 이 행성의 수호신, 케미컬 여신님은 자기 대신 이 행성을 이끌어 줄
자신의 딸, 엘레멘트 공주를 낳고, 마지막 예언을 남기시고는 스스로를 봉인하셨어요. 그 예언은 다음과 같았죠.”
‘한 이방인 소녀가 차원 이동으로 이곳에 와서 행성을 구할 것이다! 그녀는 정의롭게 원자 구슬들을 사용하는 영웅이 될 것이다!
그리고 끝내, 나의 봉인을 해제해 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수십년에 가끔 한 번씩 왔고, 온다 한들 대부분 어른이거나 남성이었죠. 뿐만 아니라 엘레멘트 공주님은 너무 어려
선악을 구별할 수 없었고, 그 결과 원자 구슬과 분자 마법, 그리고 원소 마법 겨루기인 원소 배틀 모두 합법이 되어버렸어요.
물론 케미컬 여신님의 깊은 뜻이 숨겨져 있겠죠. 저는 케미컬 여신님 아래에서 말씀을 전하던 예언자였답니다. 아, 혹시 성함이?”
“신지현이에요. 그리고 아직 열다섯인데 성함이란 표현은 살짝......”
“열다섯이었어요? 난 뭐 열여덟 정도 될 줄 알았는데. 난 스물 하나야.”
아무튼 그렇게 나는 페리오디카 언니와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가, 페리오디카 언니는 상자 하나를 가져왔다.
수천 개가 넘는 색색깔의 구슬들이 있었다. 페리오디카 언니는 이것이 바로 원자 구슬이라고 설명을 해 주었다.
“자, 그럼 지현아, 한번 실전 연습을 해 볼까?”
“실전 연습이라뇨? 설마......원소 인간들을 직접 잡아보라고요?”
언니는 내게 첫 대상으로 수소를 골라 주었다. 배에 새겨진 H 모양이 원소 기호인 듯싶었다. 나는 수소를 향해 구슬을 던졌지만,
수소는 빠르게 날아올라 구슬을 가뿐히 피하고, 주변에 있던 산소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몸을 태운 채 나에게 돌진했다.
내 몸에 닿자마자 큰 소리를 내며 터졌다.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나는 배를 움켜잡으며 다시 한번 수소를 향해 구슬을 던졌다.
수소도 힘이 많이 들었는지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잡혀버렸다. 나는 첫 원소 인간을 잡는 데 성공했다. 멀리서 지켜보던 페리오디카 언니가 축하해 주었다.
“지현아, 이번 처음은 아프겠지만, 그래도 앞으론 수소로 원소 인간들을 방어할 수 있을 거야. 일로 와. 내 집에서 치료해 줄게.”
나는 그렇게 첫 원소, 수소를 잡았고, 또 페리오디카 언니에게 원소 도감이라는 것도 받았다.
원소 도감으로 원소의 능력이나 특징 등을 확인할 수 있었고, 내 화학 공부에도 도움이 되었다.
나는 잡으면 잡을수록 적응이 되었다. 페리오디카 언니는 이제 수소는 그만 잡고 탄소도 한번 잡아보자고 했다. 나는 한번 도전해 보았다.
내가 수소 몇몇을 소환하고 일제히 탄소를 향해 폭탄 공격을 했지만, 탄소는 팔을 휘두르면서 공격을 튕겨 냈다.
탄소의 검은색이었던 오른팔이 흰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탄소는 내게 돌진하여 팔을 칼로 삼고 배에다 대고 찔렀다.
나는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정말 팔이 다이아몬드 같았다. 문득 나는 다이아몬드도 탄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것은 정말 다이아몬드였던 것이다. 하지만 상처는 놀라울 정도로 매우 빠르게 사라졌다. 나는 다시 멀쩡해졌고,
구슬 하나를 전력투구하여 탄소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세게 던졌다. 그렇게 나는 사투 끝에 탄소를 잡을 수 있었다. 정말 힘든 녀석이었다.
“언니......배가 너무 아파요......”
“탄소가 확실히 상대하기 어려운 원소이긴 해. 걱정 마. 너는 탄소를 얻음으로써 더 강해졌으니까.
그뿐만 아니라 수소와 탄소를 다 갖게 된 너는 수많은 탄화수소 분자 마법을 사용하게 될 거야. 그럼, 잠깐 쉰 다음에 우리 탄소 미러전을 시작해 볼까?”
“언니,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지금 지구에는 제가 실종 상태일까요?”
“아마도 아니? 지구에서 시간이 흐를 땐 여기선 시간이 흐르지 않아. 반면 여기서 시간이 흐를 땐 지구의 시간은 흐르지 않고.
거의 동시에 두 차원에서 움직이는 느낌이 들겠지. 너는 지구에서 0초 동안만 실종된 상태야.”
“그럼 걱정 안 해도 되겠네요. 이젠 나름 나아진 것 같아요. 시작할게요!”
이번엔 옆에서 페리오디카 언니도 나를 도와주었다. 나는 탄소들을 이끌고 다른 탄소들을 잡아냈다.
어느새 내 구슬들은 수소들과 탄소들이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비어있는 구슬들이 훨씬 많았다.
이어서 나는 질소와도 싸우기 시작했다. 질소는 거의 공격 무기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일단을 대비해서
수소만 꺼낸 뒤 구슬부터 던져 보았다. 그러나 질소는 재빠르게 눈치채고 피해버렸다. 나는 탄소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질소는 탄소 앞에서 모습을 감춰버렸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 순간 옆에서 귀신처럼 또다시 나타났다.
질소는 탄소의 공격을 너무나도 잘 피했다. 그때 옆에서 페리오디카 누나가 일러 주었다.
“질소는 대기의 78%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저렇게 잘 숨을 수 있는 거야!”
“그렇다면......만약 질소 주변의 공기를 대기의 공기가 아닌 다른 기체로 채운다면? 좋았어!”
나는 수소가 담겨 있던 구슬 두 개를 삼켰다. 갑자기 내 몸에서 엄청나게 강한 에너지가 차올랐다.
그 에너지를 더 이상 붙잡을 수 없을 것 같았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수소 기체의 힘이여! 질소의 은신을 막아라!”
그러자 입에서 이상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질소의 형태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에 수소 기체가 질소 기체를 밀어내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구슬을 던져 질소를 잡았다.
별로 쓸모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딘가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 몇 개 정도 잡아 놓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몇몇 수소들의 희생이 필요했다. 나는 다음 원소인 산소도 도전했다.
“지현아, 산소는 불을 다루는 원소라서 위험할 수도 있어. 조심해!”
산소는 온몸이 불에 타오르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무식하게 던졌다간 구슬이 녹아버릴 것 같았다. 산소가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산소는 주변 공기에 존재하는 산소를 빼앗아버렸다. 나는 숨이 턱 막혔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나는 페리오디카 언니에게 도움을 청했다.
페리오디카 언니는 주머니에서 구슬 두 개를 꺼냈다. 점점 어지러워졌다. 그때, 페리오디카 언니가 주문을 외웠다.
“동물의 호흡을 돕는 산소 기체여! 힘을 나눠 다오!”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산소는 화난 얼굴이 되어 있었다. 산소 역시 도망가려고 했다.
그때 나는 질소 구슬 두 개를 꺼내고 마찬가지로 분자 마법을 사용했다.
“차디 찬 영하 백구십육 도의 액체 질소의 힘으로!”
나는 액체 질소를 토해 냈다. 신기하게 전혀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액체 질소는 곧바로 산소에게 달려들어 산소를 액체로 만들었다.
나는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산소를 잡아내었다.
“휴, 정말 힘들었어요. 산소도 꽤 어려운 녀석이네요.”
“지현아, 이제 이 칼코겐 지역의 중요한 원소는 다 잡았어.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이제 산소만 좀 더 잡고 다른 곳도 가 보지 않으련?”
“다른......곳이라면?”
“케미스트리 행성은 여덟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어. 칼코겐, 알칼리, 전이, 전이 후, 메탈로이드, 할로겐, 노블, 란탁티넘.
칼코겐 지역의 원소들은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인, 황, 셀레늄이야. 여기서 가장 가까운 지역은......알칼리네. 리튬, 베릴륨,
나트륨, 마그네슘, 칼륨, 칼슘 등의 원소들이 있지. 가면서 이 원소들의 특징에 대해 설명해 줄게. 인, 황, 셀레늄 원소들은
내가 전에 잡아놓은 것들이 서너 개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럼, 가 볼까?”
그렇게 나는 산소를 좀 더 잡고, 인, 황, 셀레늄은 페리오디카 언니에게 받았다. 인은 다양한 색깔로 변신할 수 있었으며,
그 중 적린은 성냥개비를 이루는 물질이라서 산소와 같이 사용하면 꽤 유용했다. 다음, 황은 냄새 폭탄 공격이 가능했고,
셀레늄은 일명 탈모 빔 능력이 있었다. 그때, 나는 페리오디카 언니에게 말했다.
“언니, 근데......저 이제 돌아갈 순 없을까요?”
“응? 그건 왜?”
“돌아가고 싶어서요. 이제 지구의 가족들과 친구들은......못......보는 건가요?”
“그게......”
나는 눈물을 흘렸다. 분명 안 된다는 말인 것 같았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흐르던 그때, 페리오디카 언니가 입을 열었다.
“방법이 있긴 해.”
“......정말이요? 뭔데요?”
언니는 나에게 선글라스 안경을 건네 주었다. 양쪽 끝에는 버튼이 있었다.
“이 안경의 이름은 레이더 글라스. 숨어 있는 원소들을 레이더처럼 찾아낼 수도 있고, 양쪽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차원 이동으로 지구와 케미스트리 행성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지. 근데, 그 기능은 아직 확실하진 않아.”
“그러면......못할 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어. 일단 이건 칼코겐 지역을 다 돌아다닌 의미에서 선물. 시도해 보는 건 자유야.”
“네, 한번 해 볼게요.”
나는 버튼들을 꾹 눌렀다. 나는 순식간에 공중으로 날아갔고, 어느새 우주를 무지하게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지구를 향해 돌진했다. 지구의 대기권을 통과하자,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그때, 나는 정신을 잃었다.
다행히, 몇 초 뒤에 나는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그곳은 엘리베이터 안이었다. 엘리베이터는 5층에서 점점 내려갔다.
딱 그때 엘리베이터가 마구잡이로 움직이면서 차원 이동이 시작되었나 보다. 근데, 나는 주머니에 뭔가 들어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맙소사, 원자 구슬들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 안경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케미스트리 행성에서 뭘 하고 와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
나는 정신이 복잡해졌다. 나는 다시 20층, 우리 집으로 올라갔다.
다음 날 새벽 5시, 나는 잠에서 깼다. 페리오디카 언니가 꿈속에서 계속 나에게 케미스트리 행성으로 돌아오라고 외쳤다.
결국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케미스트리 행성으로 출발했다. 몇 초 뒤 어느새 나는 케미스트리 행성의 땅을 밟고 있었다.
지구는 새벽인데도 여기는 대낮이었다. 앞에는 페리오디카 언니가 있었는데, 주변의 원소 인간들의 모습이 알던 모습과는 조금 달라 보였다.
특히 배에 쓰여진 기호부터 달랐다. Li, Na, Mg, K, Ca 등.
“여기가......혹시 알칼리인가요?”
“역시 눈치는 빠르구나! 맞아, 여기가 알칼리야. 케미스트리 행성에서 가장 화려한 지역이지. 이쪽 지역 원소들은 반응성 금속이라고도 해. 왜 그럴까?”
“그야, 반응을 잘 하는 원소라서 그런 것 아닌가요?”
페리오디카 언니는 설명하는 데 신이 나기 시작했다.
“맞아, 그리고, 원소 하나하나마다 고유의 불꽃 반응의 불꽃 색이 있어. 만약 산소 원소를 사용한다면 확인해 볼 수도 있을 거야.
자, 그럼 이제 원소들을 잡아볼까?”
나는 가벼운 원소부터 잡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리튬 잡기에 들어갔다. 나는 시작하기 전에 불꽃 반응을 확인했다.
선명한 빨간빛이었다. 리튬은 화가 났는지 나에게 달려들어 손을 잡았다.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화가 나서 탄소로 해치우려고했지만, 리튬은 너무나도 빨랐다. 내 기운을 빨아들여 간 듯 했다.
그때, 탄소가 다이아몬드 검으로 리튬의 어깨를 내리쳤다. 리튬은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나는 탄소의 도움으로 리튬을 쉽게 잡을 수 있었다.
다음 원소는 베릴륨이었다. 페리오디카 언니는 이번에는 각별히 주의하라고 일러 주었다.
IARC 지정 발암물질 1급에도 들어가는 물질인 데다, 타이타늄보다 훨씬 가볍고 튼튼한 탄소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말해 주었다.
나는 일단 맛보기로 수소를 베릴륨의 등 뒤를 향해 돌진하게 하고 닿기 직전에 태워 폭발을 일으켰다. 베릴륨은 놀랐는지 뒤를 돌아보았다.
수소가 산소와 결합하면서 물에 젖어 있었다. 나는 그 틈을 타서 리튬을 보냈다. 리튬은 반응성 금속인 만큼 물에 닿으면
타오르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리튬이 물에 닿자 불꽃을 일으켰다. 동시에 베릴륨도 반응이 활발해지면서
아이보리빛의 불꽃을 일으켰다. 나는 산소 구슬 두 개와 탄소 구슬 하나를 삼켰다.
“소화기에 사용되는 이산화탄소여, 불을 꺼 다오!”
이산화탄소는 리튬과 베릴륨의 불을 순식간에 꺼트렸고, 베릴륨은 체력이 많이 닳아 있었다. 나는 원자 구슬을 던지려고 했는데,
갑자기 베릴륨에게서 선명한 녹색의 빛이 나왔다. 원자 구슬이 튕겨져 나왔다. 베릴륨은 에메랄드 방패를 들고 있었다.
에메랄드의 주요 성분 중 하나가 베릴륨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나는 탄소를 꺼내 탄소에게 다이아몬드 수리검을
대여섯 개 정도 만들어 달라고 명령했다. 탄소는 다이아몬드 수리검을 만들어 주었고, 난 그대로 에메랄드 방패에 수리검을 꽂았다.
방패는 너무나도 쉽게 부셔졌다. 나는 다시 원자 구슬을 던졌고, 지칠 대로 지쳐 있던 베릴륨은 제대로 힘 한번 써 보지도 못하고 잡히고 말았다.
“다행히 별 문제가 생기진 않았네요.”
“응. 정말 다행이야. 베릴륨이 좀 위험한 원소이거든. 하지만 그거 아니? 튼튼한 내구성과 가벼운 무게라는 장점을 살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반사경에 쓰이고 있다는 사실!”
“오, 대단하네요!”
나는 리튬도 좀 더 잡았고, 베릴륨도 세 마리 정도 더 잡았다. 더 잡으려니 너무 힘들고, 손해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음 원소는 나트륨이었다. 나트륨은 소듐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어쨌든, 나는 나트륨이 먼저 공격해 오기 전에
탄소로 나트륨을 베어버렸다. 나트륨은 치명상을 입었다. 나트륨이 워낙 무른 금속이다 보니 다이아몬드로는 쉽게 갈라졌다.
나는 원자 구슬을 던졌고, 깔끔하게 이겼다. 나트륨은 손쉽게 여러 마리 잡았다. 같은 방법으로 그 다음 원소인 마그네슘도 잡았다.
너무 쉽게 잡으니 따분하기도 했지만.
다음 원소 칼륨은 반응성이 나트륨보다 훨씬 강한 원소라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알칼리 금속이라 너무 물러서
그냥 탄소의 손에는 두 동강이 난다고 한다. 역시 탄소는 무적이다. 칼륨도 탄소의 공격 한 방으로 끝나 버렸다.
나는 슬슬 지루해졌다. 칼슘도 마찬가지로, 뼈의 구성 성분이라 단단했지만, 다이아몬드보다는 약했다.
“언니, 너무 지루한데요?”
“그래? 흠......아무래도 이제 알칼리도 떠나야 할 것 같네. 다음에 만날 땐 전이에 가 있을게. 아, 그리고 선물.”
언니는 나에게 투구 하나를 건네 주었다.
“이름은 디펜드 투구. 모든 공격의 충격을 50% 막아 주지. 앞으로 위험한 원소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네게 줄게. 이제 가 봐도 돼. 와 줘서 고마워!”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벌써 케미스트리 행성에서 물건을 두 개나 가져왔다. 아, 됐고, 잠이나 더 자자.
“페리오디카 언니! 다시 돌아왔어요! 여기가 전이인가요?”
“맞아. 원소를 잡기 전에 앞서, 먼저 넌 금속 하면 어떤 금속이 떠오르니?”
“금속이요? 음......일단 철, 그리고, 금이나 은? 아, 과학 시간에 전기 실험 할 때 구리나 아연도 봤고, 또......”
“네가 방금 말했던 원소들이 다 여기에 있는 전이 금속들이란다.”
“네? 정말요?”
전이 금속은 광택이 있고, 단단한 금속들이라고 한다. 또한 가장 큰 성질은, 모두 전기가 흐르는 금속들이란 것이다.
나는 타이타늄, 철, 구리, 아연, 은, 카드뮴, 텅스텐, 금, 수은을 대여섯 마리씩 잡았다. 다들 어딘가 쓸모가 있겠지. 물론 잡기는 쉬웠다.
“전이 여기는 유독 원소 인간들이 많네요.”
“여긴 가장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니까. 자, 그럼 이번에 줄 무기는......”
나는 메탈 플래스트론을 받았다. 착용 느낌도 좋았고, 상처 회복 속도를 20% 증가시켜주는 능력이 있다.
나는 집으로 얼른 돌아갔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케미컬 여신님은 어떤 분이실까? 이 행성의 수호신이자 창조주이신만큼 대단하실 것 같은데......근데 그 분이
왜 자신을 스스로 봉인하신 거지? 이상한데......에잇, 모르겠다. 신경 쓰지 말....... 자.”
다음 날이 되었다. 나는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더욱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결국 페리오디카 언니에게 물어보았다.
“언니, 근데 정말로 케미컬 여신님께서 스스로 자신을 봉인하신 게 맞아요?”
“그럼! 당연하지~ 설마, 너 내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날 못 믿는 거야? 말해 봐. 설마, 날 의심하는 거니?”
“아, 그건 아닌......데요......”
“그럼 됐어! 더 물어보지 마.”
‘뭐지? 언니가 조금 이상해......내가 알고 있던 페리오디카 언니의 모습이 아니야......’
뭔가 수상쩍은 듯 아닌 듯싶었다. 아무튼, 전이 후 금속은 전이 금속과는 다르게 무르고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표적인 원소로는 알루미늄, 갈륨, 주석, 납 등이 있다. 그 중에서 특히 갈륨은 신기하게도 녹는 점이 금속 치고는 엄청 낮게
섭씨 30도여서 폭염이나 사람에 체온으로 녹을 수 있다고 한다. 역시 다들 무른 금속들이라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탄소는 언젠가부터 내 파트너가 되어 있었다. 마지막 전이 후 금속 원소인 리버모륨까지 잡고 난 뒤, 페리오디카 언니는 입을 열었다.
“지현아, 이제 원소 잡는 것에는 달인이 된 것 같은데?”
“에이, 아니에요. 그나저나, 이제 다 끝났는데, 오늘은 보상 없나요?”
“아, 맞다. 오늘은 특별히, 피직스 행성으로 가서 원자와 관련된 특별한 능력을 배워 볼래?”
“특별한 능력이요? 네, 좋아요!”
나는 피직스 행성으로 갔다. 피직스 행성은 케미스트리 행성과 살짝 달랐다. 물론 원소 인간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살짝 더 덥다거나 그런 사소한 차이뿐이었다. 피직스 행성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우리를 피하는 것 같았다.
“언니, 사람들이 우리를 피하는 것 같아요.”
“아마도 케미스트리 행성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그런 거겠지. 별 문제 없어.”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 그리고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양성자는 양의 에너지, 전자는 음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중성자는 말 그대로 양의 에너지도, 음의 에너지도 띄지 않고 중성을 띈다. 따라서 나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 소환술을 각각 배웠다.
양성자는 양의 에너지를, 전자는 음의 에너지를 모아서 소환할 수 있고, 중성자는 좀 특별하게 정신을 집중하며
주변의 중성 기운을 응축시켜서 소환할 수 있다. 나는 페리오디카 언니와 함께 케미스트리 행성으로 돌아갔다.
“지현아, 혹시 오가면서 사소하지만 불편한 점 있니?”
“음......좀 적진 않은데, 제일 사소한 건......투구랑 선글라스를 같이 쓰는 게 힘든 거? 그 정도요.”
“아, 그 정도면 여기서 해결할 수 있어. 둘이 결합시켜 줄게.”
그렇게 내 선글라스와 투구는 강제 결합을 당했다. 아니, 오히려 더 좋고 편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봐요!”
“응, 그래! 잘 가!”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생각했다.
‘언니 성격이 좀 변한 것도 그렇고, 피직스 사람들이 우릴 피한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좀 이상해. 설마, 나만 모르는 비밀이 있는 건가?’
벌써 다섯 번째로 케미스트리 행성에 갔다. 그동안 일상생활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학교에서는 그동안 얻은 장비들로 인싸가 되었고,
나도 케미스트리 행성과 지구를 오가며 가끔씩 두통이나 복통이 있을 때가 있었다. 다행히도 몇 분 뒤에는 해결되었지만,
점점 기간이 늘어나고 있었다. 뭐, 물론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케미스트리 행성에서도 이상한 일이 발생하고 있었는데,
갈 때마다 페리오디카 언니가 반기는 반응이 감소했다. 뭐, 자주 만나서 그런가? 언니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개인적인 착각일 수도 있겠다.
“언니, 근데 여기가...... 메탈로이드라고 하셨죠? 무슨 뜻이에요?”
“아, 그거? 사실 영어야. Metalloid. 준금속이라는 뜻이지. 준금속이 무엇일 것 같니? 힌트! ‘준-’이라는 접두사는 보통 ‘중간’이라는 뜻으로 쓰여.”
“금속의 중간이라...... 중간이면 두 대상이 존재해야 하지 않나요? 대상은 금속 하나 밖에...... 아! ‘금속과 비금속의 사이’라는 거군요!”
“오, 예리한데? 맞아. 준금속은 금속과 비금속의 중간 상태의 성질을 띠는 원소들이어서 ‘준금속’이라고 부르는 거야.”
준금속 원소들은 현재 붕소, 규소, 저마늄, 비소, 안티모니, 텔루륨, 폴로늄이 있다고 한다. 규소 반도체나 사극에서
비소 독약을 들어 본 것 말고는 다들 생소했다.
본격적으로 실전에 들어갔다. 붕소는 그나마 단단해서 싸워 볼 만 했고, 규소는 진짜 빡세게 붙었는데,
탄소로 베려니 고무가 되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면서 피하고, 갑자기 모래가 되기도 하고, 모래가 녹은 뒤 굳어서 유리 파편으로도 공격하고,
암튼 어려웠다. 저마늄은 쉬웠으나, 비소와 안티모니, 텔루륨은 독성을 조심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폴로늄을 잡고 있던 도중......
“자, 그럼 이제, 잡으면......! 커헉!”
폴로늄은 나에게 돌진해버렸고, 나는 폴로늄의 강력한 독성과 방사성에 못 이겨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이후 페리오디카 언니의 말에 따르면, 폴로늄은 언니가 다 처리해 주었고, 나는 수술이 끝난 뒤 두세 시간 뒤에서야 깨어날 수 있었다.
“으...... 여기가 어디죠?”
“내 집. 그새 까먹었어?”
“아...... 죄송해요, 언니. 저 때문에 고생 많으셨죠?”
“고생은 무슨.”
“그나저나, 뒷목이 살짝 불편한데......”
나는 뒷목을 만져 보았다. 이상한 버튼 같은 것이 느껴졌다.
“꺅! 이, 이게 뭐에요!”
“한번 눌러 봐. 신기한 일이 일어날 거야.”
나는 버튼을 꾹 눌렀다.
“어, 내 팔이!”
갑자기 팔이 쭉 늘어났다. 나는 깜짝 놀라서 뒤로 넘어졌다. 팔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자, 이번에는 다리가 줄어들었다.
다리가 원래대로 되돌아오는 생각을 하자마자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수술을 하면서 네 팔과 다리를 규소 실리콘으로 변경했어. 뿐만 아니라, 뇌와 배에 각각 하나씩 컴퓨터 칩을 이식해서
생각하는 대로 팔다리가 원활하게 움직일 수도 있게 되었지. 어때? 마음에 들어?”
“좋긴 한데, 일상생활은 어떻게 해요?”
“버튼이 사라지는 생각을 해 봐.”
언니가 하는 말대로 하자, 버튼이 사라졌고, 팔다리도 더 이상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았다.
“버튼이 다시 생기는 생각을 하면 버튼이 다시 생길 거야. 또, 머리와 배에 이식되어 있던 칩도 모습을 감추지.”
정말 다시 생기는 생각을 하자, 버튼이 모습을 드러냈고, 사라지는 생각을 하자, 다시 줄어들었다.
나는 이 능력이 너무 좋았다. 앞으로 원소 인간들을 잡는 것도 수월해질 생각을 하니 절로 기뻐졌다. 나는 집으로 돌아갔고, 속으로 생각했다.
‘누가 뭐래도, 페리오디카 언니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 잠깐만, 어라라? 근데 왜 능력은 주고서 폴로늄으로부터 보호해주지는 않는 거지?
에이, 설마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
나는 당분간 케미스트리 행성에 가는 것을 중단했다. 아무래도 고민되는 게 좀 많았고, 케미스트리 행성에 가는 일 때문에
괜히 바빠지기 싫었기 때문이다. 물론 케미스트리 행성에선 내가 오래 사라져 있는 것도 아니어서 별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다시 케미스트리 행성에 가고 싶어진 것 때문에 작심소(少)일이었다.
“어, 왔구나! 여기는 할로겐 지역이야.”
잠깐. 페리오디카 언니의 눈이 원래부터 빨간색이었나? 파란색이었던 것 같은데...... 에이, 착각이겠지?
“할로겐 지역은 주기율표에서 17족을 차지해. 플루오린-염소-브로민-아이오딘-아스타틴, 그리고 가장 최근에 나온 원소, 테네신까지.
이들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겠니?”
“흠......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힌트! 염소는 영어로 클로린이라고도 해.”
“아! 모두 다 끝이 –인으로 끝나네요!”
“딩동댕! 맞아. 너, 설마 염소를 그 동물 염소인 줄 안 건 아니지?”
“에이, 제가 왜 그러겠어요.”
플루오린은 약간의 독성이 있지만, 독이 있는 원소들에 비해 약한 편이고, 불꽃을 일으켰다. 그러나,
소독/청소 기능도 있어 치약에 불소가 첨가되기도 한다. 염소는 플루오린에 비해 독성이 세서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가스로 쓰였다.
하지만 소독력도 세서 수영장 물에 소량의 기체를 주입한다. (그래서 수영장 물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브로민은 유일하게 상온에서 액체인 순물질 비금속이며, 자주색이다. 아이오딘은 드라이아이스처럼 승화하는 성질이 있고,
아스타틴은 빠르게 공기 중에 사라져 버리는 성질 때문에 매우 희귀하다. 나는 원소들을 전부 잡았다.
“역시 오늘도 쉬워도 너무 쉽네요.”
“에이, 네가 잘하는 거야.”
“오늘도 보상 같은 거 있나요?”
“없다고 하면 믿을 거니?”
“어쩔 수 없죠, 없다는데.”
나는 강화철권을 얻었다. 강화철권은 원소의 힘이 아닌 그 외의 케미스트리 행성의 마법 기운을 사용하여 물리적인 공격을 가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철권에 움푹 패인 곳에 원소 인간이 들어있는 원자 구슬을 끼워 넣으면 원소 인간 자체를 강화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원자 구슬로 원소 배틀을 하다가 더 강하게 하려고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감사합니다. 다음은...... 노블이죠?”
“응. 노블에서 다시 보자. 잘 다녀 와!”
아무리 생각해도 페리오디카 언니는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매번 갈 때마다 좋은 아이템을 주니까 말이다.
노블은 사실 비활성 기체를 뜻하는 영어 ‘Noble gas’에서 앞부분을 딴 것이며, 실제 노블의 뜻인 고결한, 고귀한 등의 뜻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 노블 지역이 가장 부가 넘쳐나는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비활성 기체는 기체이다 보니까 다른 원소를 사용해서 잡는 것이 힘들어. 그럴 땐 뭘 쓴다?”
“강화철권요?”
“그래. 오늘도 보상 있으니까, 한번 잘 해봐, 파이팅!”
살짝 부담이 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헬륨부터 시작했다. 헬륨도 맨 처음 수소 잡을 때처럼 가벼워서 높이 떴다.
게다가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비록 헬륨도 나를 공격할 순 없었다. 그때, 나는 전자를 소환해서 헬륨에게 쏘아 올렸다.
헬륨이 노란빛으로 빛나면서 일시적으로 기절했다. 나는 그 틈을 타 던졌으나, 헬륨이 금방 정신을 차리고 내게 헬륨 바람을 쏘았다.
목소리 변조 현상이 일어나고 말았다. 나는 한꺼번에 여럿의 전자를 만들어서 그대로 헬륨에게 밀었다. 헬륨은 전기충격을 받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강화철권으로 처리했다.
“기절휘권(氣絶揮拳)!”
나는 헬륨 앞에서 팔을 휘둘렀고, 헬륨은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나는 바로 헬륨을 얻었고, 네온 사인으로 유명한 다음 원소, 네온을 잡게 되었다.
네온은 그나마 헬륨보다 무거워서 쉽게 잡을 수 있었고, 아르곤, 크립톤, 제논 모두 무난했다. 라돈은 방사능을 띄는 원소였고,
오가네손까지 잡을 수 있었다.
“근데 오가네손도 비활성 기체인가요? 뭔가 기체 같은 느낌이 들지 않던데요.”
“사실 오가네손이 워낙 최근에 나온 원소이다 보니까, 아스타틴과 함께 중금속에 속할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많아.
테네신도 전이 후 금속의 성질과 할로겐 족의 성질을 동시에 띠고 있다는 의견도 많고, 어떤 주기율표에서는 폴로늄은
전이 후 금속으로 분류하기도 해. 그래서 화학이 골치 아픈 거야. 앞으로 새로운 원소들이 나오면서 원소의 성질을 새로 정의하게 될지도 모르잖아?”
“그래도 그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흥, 매력은 무슨. 그럼 아무튼, 끝났으니까. 이 보석함 안에 들어 있는 건 보호의 목걸이라는 건데,
여기 박힌 붉은빛의 보석은 악의 기운을 흡수하거나 제거하는 능력이 있어. 한번 열어볼래?”
나는 보석함을 열어보았다. 새빨간 보석이 반짝였다. 나는 한번 목걸이를 목에 걸어 보았다.
나는 언니에게 잘 어울리냐고 물어보았는데, 언니가 갑자기 머리가 아픈 듯 보였다.
“으윽......어, 괜찮네...... 빨리 가. 나 괜찮으니......까...... 으윽!”
자세히 보니, 목걸이가 엄청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나는 언니의 말대로 집에 돌아가긴 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했다.
‘왜 목걸이가 페리오디카 언니한테 반응을 보였을까? 너무 이상해.......”
드디어 마지막 지역인 란탁티넘에 왔다. 란탁티넘은 위험한 원소들로 가득한 곳이라고 한다.
그나저나, 오늘 페리오디카 언니의 복장이 조금 특이했다.
“언니, 원래 흰 옷만 입지 않았어요?”
“오늘은 그냥 검은 옷 입고 싶어서. 내 패션과 취향인데, 그것까지 네가 간섭해야 하니?”
“요즘 자꾸 왜 그러세요? 언니 성격 많이 변한 것 같아요!”
“됐어, 신경 쓰지 마!”
어유, 진짜 너무 무서워졌다. 요즘 왜 이러는 것일까? 뭐 아무튼. 다행히 보호의 목걸이 덕분에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게 원소 인간들을 잡을 수 있었다. 어느새 내 원자 구슬들은 드디어 118종의 원소들로 가득하게 되었다. 그 중 대표적인 몇몇을 소개하려고 한다.
먼저, 네오디뮴은 가장 흔하게 이름을 들을 수 있는 란타넘족 원소이며, 자성이 강력하여 센 자석에 쓰인다.
장난감으로도 가끔 쓰이지만, 건강에 좋은 것이 아니라 살짝 조심해야 하는 원소이다. 다음은 우라늄.
개인적으로 가장 흔하게 이름을 들을 수 있는 란탁티넘의 원소인 것 같다. 원자력 발전에 주로 쓰이며,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원소들 중에서 가장 무거운 원소이다. 원자폭탄 ‘리틀 보이’ 에 쓰인 원소라서
더더욱 유명하게 불리는 것 같다. 다음은 플루토늄으로, 이는 ‘팻 맨’에 쓰인 원소이다. 방사성과 위력이
더욱 강력해 아주 무서운 무기가 되었다. 아무튼, 이렇게 원소 사냥도 끝나게 되었다. 그동안 118종의
원소들을 잡으면서 많은 원소들을 훈련시킬 수 있었다.
“언니, 그럼 이제 뭐 해요?”
“118종의 모든 원소들을 잡았으니, 이제 케미컬 여신님의 봉인을 해제하러 가야 하겠지?”
“아, 네!”
그렇게 나는 페리오디카 언니를 따라 케미컬 여신님의 신전에 도착했다. 보아하니 많은 곳이 파괴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투명한 관에 잠들어 계신 케미컬 여신님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관 옆에는 주기율표 모양으로 생긴 한 테이블이 있었다.
각 칸마다 반구 모양으로 움푹 패여 있었다. 나는 원자 구슬을 모든 칸에 하나씩 놓았다. 그때, 어디선가 음성이 들렸다.
“악으로 가득한 어둠의 결정체에게 성스러운 신전의 출입을 제한한다!”
악으로 가득한 어둠의 결정체? 설마...... 설마!
“아, 이런, 이런. 케미컬, 벌써 스포하면 어떡해? 이제 슬슬 공개하려던 참이었는데. 캬하하하하!”
“맙소사, 페리오디카....... 당신이었어요?”
“내 진짜 이름은 페리오디카 데 타블라. 케미스트리 행성의 최대 권력을 휘어잡고 있는 악마지.”
“그렇다면, 케미컬 여신님의 봉인도, 원자 구슬도?”
“그래, 내가 몇 천년 전에 케미컬을 봉인하고, 원자 구슬이란 것도 만들어낸 것이었지! 사람들이 내 손에서 잘도 놀아나더군.
열심히 케미스트리 행성을 파괴해 준 것을 칭찬할 정도로.”
나는 모든 것이 헷갈렸다. 전부터 의심은 했지만, 설마 진짜일 줄이야!
“그, 그럼 난 왜 도와 준 거지?”
“왜긴, 당연히 밸런스 패치를 위해서지! 난 지루한 건 딱 질색이라고. 네가 갖고 있는 모든 힘으로 나한테 덤빈다 한들, 날 절대 못 이길 걸? 크크크.”
“이익, 용서할 수 없어! 나와라, 탄소! 다이아몬드 블레이드!”
“오호라, 그렇게 나오시겠다? 그렇다면 나와라, 탄소! 그래핀 실드!”
탄소는 그래핀 실드를 할퀴었지만,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맙소사, 어떻게?”
“내 원소 인간들은 네 것들보다 몇 배는 강하다! 그럼 슬슬 게임을 시작해 볼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페리오디카의 모습은 변해 있었다. 머리카락은 검은색으로 바뀌었고, 날카롭고 빨간 뿔이 두 개 나 있었으며,
등 뒤에는 용의 날개같이 생긴 무언가가 달려 있었다. 송곳니는 날카롭게 자라 있었고, 피부는 거의 살짝 보랏빛이 돌 정도였다.
“나와라, 수소, 산소! 하이드로젠 익스플로션!”
“나와라, 네온! 비활성 기체 방어막!”
폭발음이 들렸다. 그러나, 페리오디카는 완전히 멀쩡했다.
“공격 끝이니? 그럼 들어간다! 나와라, 철! 아이언 봄!”
“안 돼! 나와라, 네오디뮴! 저 멀리 떨어져서, 마그네틱 필드!”
“훗, 나와라, 비스무트! 저쪽에 서서, 다이아마그네티즘!”
“아, 안 돼!”
나는 네오디뮴으로 철을 끌어오려 했으나, 반자성이 매우 강력한 비스무트로 인해 자기장 조종에 치명적인 피해가 생겨서
결국 철은 그대로 돌진하고 있었다.
“나와라, 아르곤! 비활성 기체 방......”
“이미 늦었다!”
콰과광!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다.
“으윽, 너무 아파...... 아니, 어떻게 50%의 힘만으로도 이렇게 센 거지?”
“말했잖니? 내 힘은 너에 비해 압도적이라고. 생각한 것보다 너무 약한데? 나와라, 납! 톡식!”
“톡식? 그렇다면!”
나는 수소가 담긴 구슬 두 개와 산소가 담긴 구슬 하나를 조합했다.
“순수한 증류수여! 독성을 깨끗하게 정화해라!”
그러나, 이상하게도 납은 분자 마법을 가볍게 무시하고 그대로 공격을 퍼부었다. 염려하던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독에 오염된 물이 납과 함께 공격하러 들어왔다.
“그런 짓은 하지 말라니까. 크크크.”
“아, 이런!”
강력한 독 데미지가 고통스럽게 들어왔다. 정말, 페리오디카 언니의 힘은 어디까지인 걸까?
‘아무래도 원소 공격은 안 되겠어. 그럼 이걸 사용할 수 밖에.’
“간다앗! 파쇄충권(破碎衝拳)!”
“하다하다 그런 것까지나 하냐...... 계속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건 짜증나니까, 한번 맞아 주도록 하지.”
폭발음이 들렸으나, 페리오디카는 멀쩡했다.
“이게 뭐야? 이렇게 약하게 하면 어떡하냐? 싸울 생각이 있긴 한 거야? 아, 지루하네.”
나는 화가 나 닥치는 대로 공격했다.
“탄소, 한번 더 다이아몬드 블레이드! 염소, 독가스! 산소, 플레임! 폴로늄, 맹독! 베릴륨, 톡식, 그리고 강철박치기! 구리, 감전 하고 뇌전!”
“아, 이젠 닥치는 대로 들어오는 거냐? 얼마나 들어올지 궁금한데, 한번 더 맞아 줄까?”
엄청난 폭음과 함께 페리오디카의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때 페리오디카가 엄청난 수의 원자 구슬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몸 안에 손을 집어넣어 꺼내고 있는 기괴한 모습이었다.
“아니, 어떻게 저런 걸......”
“내가 바로 주기율표인데, 뭐가 문제가 있겠어? 내가 갖고 있는 원소 인간들은 끝없이 많아. 그럼, 시작해 볼까?”
페리오디카가 꺼낸 원자 구슬들은 총 24개로, 수소 12개, 산소 6개, 탄소 6개였다. 페리오디카는 그 많은 원자 구슬들을 한입에 삼키고, 주문을 외웠다.
“포도당이여! 체력을 보충해 다오!”
기껏 깎아 놓은 체력이 원상태로 돌아왔다. 나는 분했다. 열심히 공격한 게 헛수고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때, 페리오디카가 또 원자 구슬들을 꺼내고 있었다. 그리고 또 그 많은 것들을 삼킨 다음, 분자 마법을 사용했다.
“수소 5개, 탄소 7개, 질소 3개, 산소 6개로 이루어진 트라이나이트로톨루엔, TNT여! 강력하게 폭발하여라!”
페리오디카는 손바닥을 서로 마주보게 놓고 구체를 만들고 있었다. 구체는 점점 커지더니, 어느새 축구공만 해졌다.
그 구체는 그대로 나를 향해 날아왔다.
“탄소! 능력치를 최대로 올리고, 그래핀 방패!”
구체는 폭발하였다. 다행히 그래핀 방패가 막아 주었으나, 탄소는 기력이 다해 탈진 상태였다.
“이런, 겨우 저 정도로 탈진한 거야? 오호호, 정말 네 것들은 형편없구나!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약한 자들은 모조리 먹혀야겠지?
끝장을 내 주마! 가랏, 탄소! 다이아몬드 펀치!”
“으, 안 돼! 탄권(彈拳)!
나는 탄소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탄소는 튕겨져 나갔다. 다행히 공격은 무효화 되었다.
“좋아, 리튬! 리튬 충전!”
리튬은 가벼운 몸으로 빠르게 이동하여 페리오디카의 힘을 빨아들였다. 페리오디카에게서 원자 구슬들이 빠져나왔다. 페리오디카는 놀랐다.
“헉, 방심했다! 신지현, 이런 비겁한 수를 쓰다니! 산소, 플레임!”
하지만 리튬은 타오르면서 더욱 효과적으로 페리오디카를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좋았어! 리튬! 계속해! 그리고, 지속적으로 레드 파이어슛!”
페리오디카의 체력이 줄어들었다. 동시에, 리튬은 나에게 강력하게 단련된 원소 인간들을 넘겨주었다.
“오, 이 탄소 되게 센데? 너도 가서 공격해! 다이아 소드!”
페리오디카에게서 얻은 탄소로 공격했다. 탄소는 검으로 변해 페리오디카를 향하여 찔렀다.
탄소는 페리오디카의 심장을 관통했으며, 페리오디카는 치명상을 입었다.
“커헉, 이럴 순 없어! 간다, 기절휘권(氣絶揮拳)!”
페리오디카는 리튬과 탄소에게 주먹을 휘둘렀으며, 둘은 기절하고 말았다. 맙소사, 페리오디카도 강화철권을 갖고 있었다니!
“너, 생각보다 셌구나! 어쩔 수 없지. 내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맙소사, 그럼 이게 전력으로 싸운 게 아니었다고? 나는 당황했다. 나는 레이더 글라스의 양쪽 버튼을 꾹 눌렀다.
“뭐야, 후퇴하는 거야? 아쉽네. 좀 더 제대로 고문하고 싶었는데.”
나는 얼른 돌아왔다. 다음 번에 갈 땐 좀 더 확실하게 싸워야 할 것 같았다. 다시 한번 갈 때, 모든 것을 끝내야 했다.
다음 날, 나는 엄마와 같이 아침 뉴스를 보고 있었다.
“속보입니다. 오늘밤 새벽 5시부터, 세계적으로 수십 곳의 원자력 발전소들이 파괴를 당했습니다.
엄청난 양의 우라늄 물질이 터져나오면서, 세계 곳곳에 대폭발이 일어났습니다. 많은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정체불명의 한 여자가 들고 있던 작은 구슬에서 정체불명의 사람 형체를 닮은 무언가가 나왔는데, 그 여자가 주문을 외우더니
몇 초 후 갑자기 원전이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사고는 다행히 없었으나, 세계의 모든 경찰들이 이 대규모 사건과
그 여자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여자의 정체는 물론, 뭐 하는 사람인지, 이름이 뭔지 등등 몽땅 밝혀지지 않아,
증언들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망상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엄마가 입을 열었다.
“저거 봐. 세상이 저렇게 위험하다니까. 저 여자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허 참.”
나는 저 여자가 분명 페리오디카일 것으로 확신했다. 나는 방에 들어가 모든 장비들을 착용하고 이동했다.
그러나, 장소가 케미스트리 행성이 아니었다. 어느 원자력 발전소 앞이었다. 그리고 내 앞에 어떤 여자가 서 있었다.
뒷모습만 봐도 페리오디카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페리오디카가 원자 구슬에서 원소 인간 하나를 꺼냈다.
배에 U자가 쓰여 있는 것을 보니 우라늄이었다. 그때, 페리오디카가 주문을 외웠다. 우라늄에게서 중성자 세 개가 빠져나왔다.
‘그렇다면 저것은 우라늄-235! 설마, 우라늄 연쇄반응?’
페리오디카는 계속해서 우라늄을 소환하고, 몽땅 중성자를 세 개씩 빼냈다. 그 다음에, 페리오디카는 중성자 하나를 우라늄 하나와 충돌시켰다.
‘헉! 큰일이다!’
“캬하하하하! 좋아, 우라늄! 연쇄반응!”
목소리를 들으니 페리오디카가 맞았다. 우라늄은 크립톤과 바륨으로 쪼개졌고, 세 개의 중성자가 각각 하나씩의 우라늄을 건드렸다.
나머지 우라늄도 이어져서 연쇄되었고, 수많은 중성자들이 원자로 안의 우라늄 물질들을 건드렸다. 이어져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소환된 중성자는 크기만 눈에 보일 정도로 커진 것이지. 중성자의 성질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안 돼! 멈춰!”
그때, 갑자기 중성자들이 원자로에서 떨어져 나왔다. 다행히 원자로가 파괴되지 않았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페리오디카가 이를 악문 채로 말했다.
“신지현, 끝까지 나를 방해하는군. 케미스트리 행성으로 따라 와.”
“누가 할 소리! 오늘은 널 반드시 쓰러뜨리고 말겠어.”
순식간에 주변이 케미스트리 행성의 케미컬 여신님의 신전으로 바뀌었다. 페리오디카가 공격을 시작했다.
“나와라, 폴로늄, 리튬!”
“헉, 폴로......늄?”
“폴로늄, 죽음의 맹독! 리튬, 리튬 충전!”
폴로늄은 나에게 맹독 공격을 가했다. 나는 이리저리 피했지만, 동시에 리튬이 내 기운을 빨아들이고 있어서
점점 힘이 없어졌다. 그때 페리오디카가 다시 한 번 명령을 내렸다.
“폴로늄, 무자비한 독 광선!”
폴로늄은 나를 향해 입으로 독 광선을 뿜고 있었다. 나는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 폴로늄은 나를 정확히 맞추고 말았다.
“으아아아악!”
“약하군, 약해. 어디 그 정도로 나한테 덤벼서야 되겠어?”
“으으, 죽일 테면 얼른 죽여!”
“뭐, 이 정도를 버틴다는 게 신기하긴 하지. 왠만한 사람들은 한방만 맞아도 죽는데. 신지현, 너 그거 알고 있었니?”
“뭘! 빨리 날 죽이라고!”
“내가 널 죽일 수 없는 이유는, 네가 케미스트리 행성 곳곳에서 등장만으로도 찬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야.
케미스트리 행성의 모든 사람들은 널 호감한다고. 게다가 넌 케미스트리 행성의 구원자잖아?
짜증나는 케미컬 여신이 비록 봉인되어 있어도 널 계속 보호하고 있더라고. 한마디로, 전력을 쏟아부어서라도
널 죽이고 싶어도 못 죽인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생각한 방법이 하나 있지. 폴로늄, 이제 그만 해도 돼.”
폴로늄은 공격을 멈추었다. 나는 일어날 힘조차 없었다.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데?”
“만약 내가 네 몸을 차지해서, 네 힘과 하나가 되어 케미스트리 행성을 파괴한다면, 어떻게 되겠니?
케미스트리 행성의 모든 사람들이 배신감을 느껴 분노하겠지. 몇몇 사람들은 절망에 빠지게 될 지도 몰라.
그럼 내 계획은 더 쉬워지겠지. 케미스트리 행성의 멸망. 이제 모든 것이 끝이야. 그럼, 시작해 볼까?”
페리오디카는 전자 하나를 소환했다.
“그 전자로 뭘 하려고?”
“뭘 하긴? 똑똑히 봐 둬. 전자 하나에 노출이 된다고 한 사람의 몸이 원자 단위로 쪼개질 수 있다는 것을.”
전자는 페리오디카의 몸으로 들어갔다. 페리오디카의 몸이 사라지고 있었다. 공기 중의 먼지와 똑같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사라진 건가?”
그때 어디선가 페리오디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사라지다니! 말했잖아. 원자 단위로 쪼개졌을 뿐이라고!”
그때,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속이 안 좋은 것 같았다. 배가 슬슬 아프기 시작했다. 내 몸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다른 존재의 몸을 이루고 있는 원자들이 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느낌이 끔찍했다. 여태껏 겪어본 고통 중 제일이었다.
육체적 고통에, 정신적 고통까지 겹쳐져 지옥을 맛보는 듯 했다. 몸이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나는 내 생각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너와 내가 하나가 되는 거야! 캬하하!”
“하나가 되다니! 나는......나는 결코 네게 내 몸을 내 주지 않을......!”
“내 몸과 영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네 고통은 점점 커질 텐데? 순순히 항복하시지?”
나는 계속 내 안의 또 다른 존재와 다투고 있었다. 나는 아니었으나, 내 안에 존재했다. 나의 이중인격은 아니나,
또 다른 인격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한 현상이었다. 나는 폴로늄과 리튬의 공격을 맞은 상태여서인지 모르겠지만
기운이 약해져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멈춰!”
내가 하는 말도 아니였고, 내 안의 다른 존재가 하는 말도 아니었다. 나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가 뭐라고 나를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내 입에서 나의 또 다른 존재의 목소리가 말했다.
“페리오디카, 이제 너도 끝이야!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케미컬 여신님의 외동딸! 엘레멘트 공주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