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고운 손을 위해 핸드크림을 바르고 손톱에 그림을 그릴 때 그들은 자신의 손에 끈적끈적한 레진을 바른다.
훈련 전, 경기 전, 핸드볼 공을 들기 전에 먼저 하는 일은 ‘핸드볼 레진’을 바르는 것이다.
구글이미지
야구 선수들이 방망이에 바르는 송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
다만 야구와 핸드볼이 다른 것은, 야구 선수들은 배팅 장갑에 송진을 바르지만 핸드볼 선수들은 맨손에 레진을 바른다.
한 손으로 공을 다루지만 그 공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여자 선수들이 쓰는 핸드볼 공은 약 350 g 정도다.
미식축구에서 사용하는 공(약 430 g)과 큰 차이가 없다.
20 m 거리를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한 손으로 척 받아내는 일은 확실히 보통 일이 아니다.
레진은 그걸 가능하게 해 준다.
끈적한 정도가 생각보다 무척 강하다.
핸드볼 선수들이 경기 도중 드리블 때 공을 강하게 바닥에 내리 튕기는 이유는 공의 탄성이 농구공에 비해 작은 면도 있지만 핸드볼 공에 묻은 레진 때문에 공이 덜 튀어오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고 있는 제15회 아시아 여자 핸드볼 선수권대회 대표팀의 김진수 단장은 “유럽 선수들은 레진을 너무 많이 묻히기 때문에 굴리는 슈팅 때 공이 바닥에 멈춰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 전에도 바르지만 경기 중에도 바른다.
선수들은 경기 시작 전에 신발 뒤꿈치 쪽에 레진을 묻혀 놓은 뒤 경기 중 손에 끈기가 줄어들면 이를 손끝으로 찍어 바른다.
야구 선수들이 방망이에 송진을 발라 뒀다가 타석에 들어설 때 한번씩 이를 움켜쥐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기가 끝난 뒤 레진을 닦아내는 일도 보통은 아니다.
핸드볼 레진 전용 클렌저가 있는데 가격이 상당하다.
대신 아기용 오일을 많이 쓴다.
공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고 놓치지 않기 위해 바르는 레진.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핸드볼 선수들이 바르는 레진에 호기심이 생겼나 봐요. 체조나 역도 등에서도 선수들이 가루를 묻혀 미끄럼을 방지하는 걸 볼 수 있는데, 이들 모두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물질의 특성을 잘 이용한 사례라 할 수 있어요. 화학 연구의 결과로 알게 된 각 물질의 특성들이 스포츠에도 널리 이용된다는 걸, 올림픽에서 다시금 확인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