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화학기자단 2기 안익희 기자입니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 앤을 아시나요?
<초록 지붕 집의 앤>이 원작 제목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빨간 머리 앤>으로 알려진 고전입니다.
앤이 가진 빨간 머리와 주근깨는 동일 염색체상의 유전자 연관 때문에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빨간 머리에서 주근깨가 없는 형질이 발현되는 경우가 있지만 정말 드물다고 해요.
저는 화학기자단 기자이므로 유전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요. 앤이 갖고 싶어 했던 검은 머리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앤은 빨간 머리가 콤플렉스였는데, 어느 날 초록 지붕 집에 다녀간 방물장수에게 염색약을 삽니다. 멋진 검은 머리를 갖고 싶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그 희망은 곧 절망으로 바뀝니다. 염색약이 가짜여서 머리카락에 초록색 물이 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결국 앤은 검은 머리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마릴라에게 머리카락을 자르도록 하고 맙니다. 앤이 사용했던 염색약의 성분은 안타깝게도 알 수 없었습니다.
이번 기사를 쓰면서 서양인들에게 빨간 머리에 대한 편견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출처 : 네이버블로그
초록 머리가 된 앤을 통해 염색의 과학적 원리를 알아보겠습니다.
빨간 머리 앤의 배경이 되었던 19세기 후반~20세기 초에는 합성 화학 염색약이 개발되던 초창기였습니다. 1925년 프랑스 화학자 외젠 슈엘러가 합성 염모제를 개발하고 산화염료를 원료로 다양한 색상의 염모제가 개발되기 시작합니다. 이후 유진 수엘러가 1910년 로레알의 창립자가 됩니다. (로레알 : 모발 염색제, 스킨케어, 바디케어, 헤어케어, 향수 등의 브랜드. 세계에서 가장 큰 화장품 회사, 출처 : 두산백과)
염모제가 머리카락에 색깔을 입히는 화학적 원리는 무엇일까요?
머리카락은 가장 겉부터 중심부까지 순서대로 모표피–모피질-모수질의 세 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표피가 강할수록 머리카락이 단단하고, 모피질층 안에 들어있는 멜라닌 색소에 의해 머리 색깔이 결정됩니다.
염모제에는 일시적 염모제와 영구염모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염색을 할 때는 영구염모제를 사용합니다. 흰머리를 검게 하거나 산화염료를 사용하여 다양한 헤어컬러와 밝기 조절이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염모제는 머리카락의 모피질까지 침투시키기 때문에 모발이나 두피 손상, 알레르기 등의 부작용도 있습니다.
© primipil, 출처 Unsplash
영구염모제에는 1제와 2제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역할이 다릅니다.
1제에는 알칼리성인 암모니아가 들어있어 모표피에 겹겹이 쌓인 큐티클층을 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모표피가 알칼리성에 약한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이렇게 모표피가 들뜨면 그 사이로 염료를 모피질까지 침투시키게 됩니다.
2제에는 과산화수소가 들어있고, 1제가 들뜨게 만든 큐티클층 사이로 들어가 멜라닌 색소를 산화시켜 탈색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염모제에는 다양한 염료가 들어있는데요. 암모니아가 모표피를 들뜨게 하고, 과산화수소가 탈색을 하면 염료가 들어가 산소와 반응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염료는 입자가 고운 상태에서 과산화수소의 산화반응 중에 생긴 산소와 반응하며 입자가 부풀려집니다.
이렇게 부풀려진 염료가 바깥으로 나오기 힘든 상태가 되어 염색의 지속력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최근 염모제를 만드는 기업에서는 가능한 안전한 염모제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앤이 사용한 염모제는 가짜였으나 20세기 화학의 발전은 앤이 원했던 검은 머리카락을 만들어 주는 꿈을 이루어 냈습니다.
이상, 안익희 기자였습니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확~ 불러일으키게 하는 기사였어요. 초록 머리가 된 빨간 머리 앤의 사연은 뭐지? 하며 열어 본 기사는 결국 '염색 속 화학'이 주제였는데요, 만약 대놓고 염색에서 찾은 화학이라고 제목을 지었다면 이렇게 강렬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을 거예요. 그만큼 기사에서 제목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고요, 또 이 기사는 제목을 잘 지은 기사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여기에 더해서, 그냥 염색을 다루는 게 아니라, 소설을 접목함으로써 기사의 재미와 접근의 용이성 등이 모두 높아졌어요. 구성과 기획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기사입니다!